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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재미

함민복,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선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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