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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재미

K리그 클래식 직관기 (20150726 vs수원)


K리그 클래식 직관기 (20150726 vs수원), 전주성(전주 월드컵 경기장)






 스무살이 되어서 부터 국내 프로축구 리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부터는 해외 축구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볼 수 있다는 것에 매료 되어서 틈틈히 경기장을 찾았었다. 첫 직관이었던 전북현대 모터스와 수원 블루윙스의 경기에서 응원하던 전북현대가 지는 것을 시작으로 직접 경기장을 찾아서 보았던 경기에서 전북현대가 이겼던 경기는 작년 경남전이 유일했다.

 내가 운이 없던 것인지 직관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기준으로 세번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 전북현대는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내가 가는 날은 비기거나 아쉽게 패하는 경기들이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직관을 할 때마다 이번에는 이기겠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이기지 못할때는 내가 경기장을 찾아서 그런 것인가(?)하는,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직관 했던 최근 경기인 서울 전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패했고, 올 시즌 첫 직관이었던 가시와 레이솔 과의 경기에서도 득점없이 비겼기 때문에 이번 전북현대 vs 수원삼성 전에 가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리기는 했다. 리그 1,2위 간의 경기였고, 여기서 패한다면 턱밑까지 추격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친구들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가기로 마음먹고 '이번만큼은 결과만 생각하지 말고 즐기다 오자'라는 생각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시간에 겨우 맞춰 들어간 경기장에는 저번 서울 전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온 것으로 보였고, 응원 소리도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관중수 31,192명


 경기장에 늦게 가서 좋은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왔고 응원하는 모습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vs 알 사드)이 생각나면서 점점 흥분하게 되었다. (물론 그 때의 결과는 악몽이었다)




 전반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선제골(13' 산토스)을 먹고나서 내 머릿속에서는 '또 이렇게 되는건가. 직관 하지 말았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같이 갔던 친구 말에 따르면 얼굴이 굳어서 말 걸지 마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니 어떤 표정이었을지 상상이 되면서 부끄러워졌다.


 이러한 상황은 경기 막바지인 80분 까지 계속 됐는데 후반에 교체해 들어온 루이스의 동점골(82')과 이재성의 역전골(87')이 연달아 터지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내가 원래 소리를 크게 지르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이 날은 이 두 골이 들어가고 나자 목이 다 쉬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렀던 것 같은데 무언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처럼 상쾌한 기분이었다. 요근래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잊고 살았는데 마치 다시 '행복하다'라는 기분을 깨달은 것 처럼 흥분과 전율이 경기 후에도 손이 떨려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만큼 계속 되었다.





(사진 출처 : K리그)

결과는 (전북 현대 모터스 2 : 1 수원 삼성 블루윙스) 전북현대모터스의 승리



 하프타임 때 루이스와 우르코 베라 선수의 입단식이 있었고, 깜짝 영입으로 이근호 선수의 입단식도 있었다.

(나는 못봤다. 경기가 지고있었고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들어와야했다.)

 이근호 선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는 나설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출전할 수 있으니 리그에서 전북현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무엇보다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의 악몽을 이번에는 깰 수 있길 바란다.




경기 후 선수들과 서포터즈가 함께하는 오오렐레



K리그 첫 직관 후 남았던 수원에 대한 트라우마와 직관의 징크스 아닌 징크스 까지 모두 해소해주는 경기였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아직도 가시지 않은 흥분과 기쁨을 느끼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이 팀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선수이자 국내 선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김형범 선수.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많이 나오지 못하고 지금은 주말리그와 조기축구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고 소식을 들었는데...

경기장에 찾아가고 전북현대의 경기를 TV에서나마 볼 때마다 생각이 나는 선수다.

나이도 아직 선수로 뛰기에 늦지 않았는데 이 선수를 그라운드 위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이번 주말은 참 행복한 날이었다. 잊고 있었던 마음을 꺼내주었고 앞으로는 마음놓고 응원할 수 있게 힘을 준 그런 경기.

글재주가 너무 부족해서 마음을 다 표현 못하는 것이 아쉽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기록을 남겨둔다.